우크라 전쟁 설계자…'푸틴의 두뇌' 두긴은 누구?

입력 2022-08-23 11:19   수정 2022-09-21 00:01


최근 차량 폭탄 공격으로 딸을 잃은 알렉산드르 두긴(60)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기획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적 스승’으로 불리며 러시아의 팽창주의를 고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극우 사상가인 두긴이 현재 러시아 팽창주의의 기틀을 닦았다고 보도했다. 두긴은 푸틴 대통령의 사상적 스승으로 여겨지며 ‘푸틴의 라스푸틴’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두긴은 푸틴 대통령 사상에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러시아 패권을 되찾아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창해왔다. FT에 따르면 그는 최근 중국과 파키스탄 교수와 함께 출연한 러시아 방송에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는 결코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극우 성향인 탓에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FT는 최근 벌어진 차량 폭탄 공격도 두긴이 타깃이었다고 보도했다. 20일 두긴의 딸인 다리야 두기나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운행하던 차량이 폭탄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두기나는 이날 자신의 차를 두고 아버지인 두긴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긴을 겨냥한 공격에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밑바탕에는 두긴의 사상이 깔려있다. 두긴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뻗어나가는 유라시아 제국에 대한 미래를 제시한 1997년 저작 ‘지정학의 토대’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러시아의 사관학교에서 필독서로 지정할 정도였다. 당시 그는 “지정학적인 관점을 살피면, 우크라이나는 독립국으로 존속할 명분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합병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일찍이 1990년대부터 크름반도 병합을 강조해왔다. 2018년 중국 푸단대학교 강연에서 두긴은 “푸틴 대통령보다 훨씬 이전에 크름반도 병합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두긴은 당초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였다. 1990년대 소련이 해체될 시기에 서방국가에 대항해 러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유라시아리즘’을 주창했다. 그가 제시한 극우 민족주의 사상은 지난 몇년 새 러시아 주류 사상으로 떠올랐다.

두긴이 푸틴의 철학자이자 푸틴의 두뇌로 불리는 이유다. 2월24일 푸틴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이 이끄는 서방에 경도된 우크라이나를 해방할 것”이라는 전쟁선언문에도 두긴의 철학이 반영됐다는 게 비평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 정계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그의 사상에 동조했다. 두긴은 중국, 이란, 터키 등 반(反)미국 세력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푸단대학교에서 강연 시리즈를 맡은 두긴은 러시아와 중국이 손잡고 ‘다극체제’를 성립해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사상은 지난 4월 러시아·중국 외교부장관 회담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유럽과 미국에도 그의 사상이 뻗어나갔다. 주로 극우 정치인들이 두긴과 손잡았다. 프랑스어와 영어에 유창한 두긴은 ‘세계주의’를 내세웠다. 영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해양세력에 맞서려면 러시아, 아시아, 유럽이 유라시아 대륙 중심의 대륙세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치 사상을 옹호한 독일 철학자 칼 슈미트의 사상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게 중론이다.

FT는 “두긴은 러시아 자산가인 콘스탄틴 말로피프의 후원을 통해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이탈리아의 극우정당인 '동맹', 프랑스의 '국민 전선' 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진단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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